
처음 이 마을을 지나던 날, 내 시선을 붙잡은 건 성당도 와인도 아닌 한 채의 석조 주택이었다. 바람이 불면 낙엽이 창틀에 앉고, 오래된 나무문엔 누군가의 손때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. 이곳의 매력은 그저 ‘예쁘다’로는 설명되지 않는다. 베르뇌 앤 부르봉은 마치 시간이 벽돌 틈새에 숨어 있는 듯한 마을이다.
한동안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삶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, 이곳에서 시계를 보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. 오전 11시가 되면 시장에는 치즈와 빵 냄새가 퍼지고, 마을 사람들은 인사를 건네며 물건을 천천히 고른다. 처음엔 낯설었던 그 느림이,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. 모두가 급하지 않으니, 나조차 조급할 이유가 사라졌다.
와인을 테이스팅하던 어느 오후, 현지 할아버지 한 분이 말했다. “맛있는 와인은 기다림의 결과야. 급하게 익힌 건 향이 얕지.” 그 말은 마치 마을 전체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. 이곳은 무엇 하나 서두르지 않는다. 석조 건물도, 정원의 올리브 나무도, 사람들의 대화도. 그런 속도는 도시에서 살아온 내가 잊고 지낸 리듬이었다.
이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단순한 여행 정보 때문이 아니다. 나는 이 마을에서 배운 ‘살아가는 방식’을 기록하고 싶었다. 어느 거리의 벽돌이 언제부터 깔렸는지, 토요일마다 열리는 시장의 단골들이 어떤 장사를 하는지, 바람이 지날 때 풍경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.
verneuil-en-bourbonnais.com은 거창한 관광지가 아닌, 그냥 살아 있는 마을의 기록이다. 무언가를 보러 오는 여행이 아니라, ‘머무는 감각’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, 이 마을이 건네는 속삭임을 천천히 따라가도 좋을 것이다.
– 송지민 에디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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